좋은시집방

말하는수거함

옹이에묻어난향기 2012. 2. 29. 23:47

말하는 수거함

이정자

음식물을 들고 현관을 나서면

반갑다고 빨간 외눈이 깜박깜박 한다

카드를 갖다 대면

문을 열어주며 말을 한다

문이 열립니다

다시 갖다 대면

문이 닫힙니다

배출한 음식물은 몇 그램이라고

배가 부르면 열어주지도 않으면서

버리고 돌아설 때

컴컴한 곳에서 고양이가 말을 한다

야옹야옹 먹을 것이 없다고

원망스러운 눈으로

수거함만 바라본다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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